아삭아삭하고 고운 빛깔의 신인 걸그룹, 애플비(Apple.B)
오,
드디어 나왔다.
'틴트'를 키웠던 소속사에서 신인 걸그룹을 낸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었는데
사실 더욱 화제성이 있는 '데이데이', '지구', '위키미키', '굿데이', '에스아이에스'에 정신이 팔렸다.
마치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돌려놓은 상태로 다른 멀티태스킹을 하다가
이 존재를 어느 순간 깔끔하게 까먹고 있었는데,
완료를 알리는 "띵!" 소리와 함께 아차 싶어 황급히 달려가니
이 걸그룹이 떡하니 있는 그런 느낌이다.
익숙함에 속아 새로움을 잊고 있었다.
2017.08.01 우쭈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던가.
아니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 실망이 크면 반칙인걸까?
다소 철학적인 회의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글쎄. . .
사실 다른건 모르겠고, 제목에서부터 뭐가 뭔지 혼돈이 오기 시작한다.
자고로 "우쭈쭈"라 함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대상을 어르고 달랠 때 쓰는 말이 아니던가.
자매품으로는 "오구오구"
노래의 내용에 비추어보자면 우쭈쭈를 하는 것이 별 이상한 스토리도 아닌데다가,
애플비의 청량한 이미지와도 어느 정도 잘 부합되는 듯 하지만. . .
상대적이고 비교적인 개념이 아니라
절대적인 시점에서 봤을 때 '우쭈쭈'라는 단어가 살짝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 단어 자체가 보는 이로 하여금 기대 연령대를 낮추기도 하고
보는 이에 따라서는 반감을 충분히 살 수 있는 단어니까 말이다.
몇 년 전 '귀요미송'이 폭발적인 인기를 몰고 왔다고는 해도
그 '귀요미'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심각하게 귀척(귀여운 척)을 떠는 것 같다며
싫어하던 사람이 은근히 많았던 것처럼 말이다.
애플비도 다방면에서 우쭈쭈라는 단어와는 잘 매칭이 되지만
이 단어 자체에서 주는 그 특유의 느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쭈쭈'라는 단어에 내가 너무 집착하여 설명해서 그렇지
이 단어를 아예 생각하지 않고 본다면 노래는 꽤나 괜찮다.
이목을 확실히 집중시킬 수 있는 브라스 사운드를 노래의 시작점에 두었고,
이후 진행되는 곡의 구성이 상당히 깔끔하다.
굉장히 자연스럽다.
보통 Verse.2(2절)의 시작을 랩으로 두는 경우,
랩을 시작함과 동시에 악기가 꽤나 바뀌어 분위기가 어정쩡하게 변하거나
몇 개의 악기가 삭제되어 아이돌 랩으로는 도저히 메꿔지지 않는 음악의 틈이 생긴다.
혹은 랩 파트가 시작되기 전 비트가 서서히 바뀌어 무언가 부조화를 형성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우쭈쭈는 전혀 그렇지 않는다.
후크(Hook)가 끝난 직후 안무도 비트도 살짝 루즈해지게 곡을 구성해놓은 후
랩으로 이어져 다시 분위기를 드라마속 커플처럼 확 휘어잡고 있다.
그러면서도 벌스(Verse)를 진행할 때와 비트의 별 차이점을 두지 않아
매우 매끄러운 진행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앞뒤의 구성과 잘 어우러져 랩의 비트가 보컬의 비트와 비슷함에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라이브를 진행할 때도 생각 외로 군더더기가 없다.
(물론 일부 AR을 깔기야 했겠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꽤나 의의가 있다.
다른 신인 걸그룹들은. 아니, 데뷔 몇 년이 지난 아이돌 마저도
일부 라이브에서는 바이오리듬처럼 오락가락하는 음정을 보여주고 했는데
애플비는 신인이 꽤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애드리브도 별 탈 없이 여유롭게 하는 모습
감탄스럽다.
아직 신인이니까
뭐, 살짝의 미스가 있는 감이 있지만
그 조금의 헛점을 빼보면 결과물은 상당히 좋은 걸그룹이다.
이렇게 보니 같은 소속사에 있는 보이그룹 '비아이지(B.I.G)'와도 일부 공통점이 보인다.
5인조인 것도 같고,
비아이지의 데뷔곡 '안녕하세요'
애플비는 다른건 다 괜찮고 데뷔곡 제목만 조금의 흠이라면
비아이지는 다른건 다 좋은데 데뷔곡 가사가 살짝의 흠이지 않던가.
뭐, 그럼에도 비아이지는 몇 장의 디지털 싱글을 내고 활동을 잘 하고 있는 중이다.
애플비도. . .?
뭐,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