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18년도 이전글

부조화를 조화로 만드는 힘. 프리츠(Pritz)

이라지레 2017. 3. 17. 18:32

메탈 음악이 참으로 좋다.


한 때 데스메탈에 꽂혀 머리를 기르고 다녔던 적이 있을 정도로,


빠르고 강렬한 음악을 즐겨 들었다.


귀에 때려 박는 사운드가 들릴 때 마다 나의 심장박동은 내 말을 듣지 않는 불수의근이 되었고


들으면 들을수록 누적되어가는 흥분과 전율.


특히 데스메탈은 나의 피를 끓는점까지 올려놓는 느낌을 주었다.


Cannibal Corps, Nightwish, Dreamshade, Suicide Silence, Arch Enemy,

The Nearly Dead, Godsplague, Dragonforce 등


나의 MP3를 빛내주었던 메탈 밴드는 아직도 잔여량이 남아있다.




어느 순간 걸그룹 노래에 나의 귀를 빼앗기고 난 후,


자연스레 메탈 음악에게는 다소 등짝, 등짝을 보여주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나의 머리 한 구석에는 그런 생각도 돗자리를 깔고 있었다.


"걸그룹과 메탈을 섞은 팀은 없을까? 없겠지. 안 어울리는데"







그런데 이걸 또 해냅니다


어울리지 않겠다 하는 생각조차도 하나의 선입견이었다.


이럴수가,


역시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데카르트의 말씀이 틀리지는 않았다.


2013년에 이미 일본에서는 '베이비메탈'이라는 아이돌이 데뷔를 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메탈 걸그룹'이라 하면 자주 보이는 걸그룹이 있다.


바로 '달샤벳'과 같은 소속사인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밍스(MINX)'라는 이름으로 한 차례 데뷔를 거쳤었던


7인조 걸그룹 '드림캐쳐(Dreamcatcher)'다.




하지만 베이비메탈은 정말 일반적인 데스메탈의 곡 위에 안무를 섞은, 본격파라면


드림캐쳐는 메탈'풍'의 강렬한 곡 위에 안무를 하는, 굳이 보자면 보급형의 느낌이 강하다.


우리나라에도 베이비메탈처럼 본격적으로 메탈과 아이돌을 섞은 걸그룹은 없을까?


당연하게도, 있다.







마마무가 광고한 프리츠(Pretz) 아니다


바로 하나, 슈아, 유나, 아리로 이루어진 4인조 걸그룹 프리츠(Pritz)다.


겉잡을 수 없는 음악적 색채를 나타내고 있는 몇 안 되는 걸그룹이다.


레드벨벳과 에프엑스가 도전적인 음악을 하는 경향이 있다면,


프리츠의 음악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혁명 후 새로운 정부기관이 출범하지 않아 잠시 혼란기를 겪고 있는 느낌의 노래.


를 걸그룹에 대입하면 된다.


그게 바로 프리츠의 색깔이다.




실제로 그녀들의 음악은 베이비메탈과 드림캐쳐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베이비메탈처럼 메탈 사운드를 그대로 차용하기는 하지만,


막상 아기자기한 안무와 목소리는 노래를 본격적으로 만들지는 못 한다.


그렇다고 드림캐쳐처럼 메탈 느낌을 내는, 그저 강렬한 노래만 하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걸그룹 노래에 기타솔로가 있는 시점에서부터 이미 메탈 쪽으로 기울어졌다.


또 막상 프리츠는 베이비메탈과 드림캐쳐의 합의 평균점에 위치하는 걸그룹이냐 한다면


또한 아니다.


프리츠는 이미 본인만의 영역을 구축해놨고,


그 공간은 신성불가침이어서 앞으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이런 컨셉은 볼 수 없을 것이다.


그게 바로 프리츠 음악의 색깔이다.







이 느낌적인 느낌 느낌은 무슨 느낌일까


실제로 그녀들이 내는 노래는 도저히 겉잡을 수가 없다.


그나마 '수박 수박 수박송'은 정상적이기는 하지만


'인류최대난제~오에오에'라거나, 특히 '솔아솔아'는 충공깽이다.


도저히 뭐가 뭔지를 모를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음악들이다.


생각하기를 포기하면 편하다지만,


그렇게 하기엔 너무 특징이 많은 노래들이다.




하지만 그 특징들은 마치 공기 중 질소의 존재와도 같아서


상당히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손으로 잡은 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특징이 없는 무미건조한 노래 또한 아니지만


이 특징이 무엇이다. 하는 것은 현존하는 단어들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아마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어휘력 또한 한 수준 올라가야, 이 느낌을 설명할 단어가 나오지 않을까.







비공식 멤버


프리츠는 비공식 멤버가 존재한다.


일종의 마스코트인 셈인데, 일부 공연에서는 같이 무대 위로 오르기도 한다.


물론 비공식 멤버여서 개인 파트는 따로 없지만,


저렇게 기타를 치거나 일부 안무를 같이 하는 등으로 씬 스틸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름은 '크랭크'이며, '수박몬', '펌피'가 따로 있다.


'B.A.P'의 마스코트 '마토끼'와, '소나무'의 마스코트 '뮤무'는 따로 무대에 서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여느 마스코트 캐릭터와 차별성을 뒀다고 할 수 있다.







'프리츠'하면 꼭 떠오르는 논란


프리츠는 상당한 규모의 논란을 몰고왔다.


바로 독일의 나치당 인장(하켄크로이츠)을 연상시키는 소품을 사용한 것이다.


뭐, 이 부분은 너무 유명한 사건이기도 하고


조금만 검색하면 다른 블로그에서 상당히 자세히 다뤘으니


상세하게 알고 싶다면 직접 검색을 해보는 것을 원한다.







그래도 나름 미니드라마도 찍고,


프리츠는 일본에서 미니드라마도 촬영을 했다.


30분 남짓한 영상에 4화로 이루어진 '프리츠 리얼리티'라는 프로그램인데,


음. . .


프리츠의 왠만한 팬심이 있지 않고서야 끝까지 보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그냥 미니드라마를 찍었었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만 할 것 같다.







비록 이제 그녀들을 볼 수는 없지만


비록 안 좋은 말이 돌던 걸그룹이기는 했지만,


어찌하건 이제 그녀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졌다.


2015년 6월 4일 부로 공식 팬카페를 통해 활동 중지를 선언했다.


그렇기에 앞으로 지켜볼 행보가 없음은 다소 안타깝지만


그녀들이 남겨왔던 노래들이 범에게 덤비는 하룻강아지 정도의 패기로운 곡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데카르트조차도 이를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메탈음악의 불모지 한국, 걸그룹 레드오션의 한국.


이 한국에서 걸그룹과 메탈을 제대로 섞은 유일무이한 걸그룹.


비록 결과적으로는 실패를 얻기는 했지만


도전적이라는 준거 틀에서 보자면 성공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