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7. 5. 7. 20:42

랩을 즐길 때 이를 즐겁게 해주는 요소는 참 많다.


그 래퍼 특유의 플로우로 그대들의 귀를 매드클라운처럼 때려박아버리거나,


어느 순간 곱씹어보게 되는 가사 등


이 요소는 일일이 열거하자면 지구 한 바퀴를 돌고도 남을 것이다.


그래도 정말 그 중 하나를 꼽아보자면


아마 '펀치라인'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펀치라인(Punchline)'이란


간단히 설명하자면 중의적인 표현으로 가사를 쓰는 것이다.


영어사전에 의하면 '핵심이 되는 구절'이라는 뜻도 있다.


그리고 요즘에는 찾아보기 상당히 힘들지만,


라임으로 도배를 하는 경우도 펀치라인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까막눈 힙찔들은 후자에 집중과 선택을 했다.











펀치라인의 첫 번째 종류. 중의적인 표현


요즘은 참 중의적인 표현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힙합을 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꿈은 내게 많은 빚을 졌어.

내 돈 돌려내

억을 넘어 정원사처럼 조, 경, 해"


-쇼미더머니4 'My Zone' 블랙넛 파트 中




"난 본죽처럼 죽을 용기로 담아서 팔아"


-쇼미더머니4 '내가 할 수 있는건' 블랙넛 파트 中




"99점이 100점이 되기 위해 일을 더 해"


-쇼미더머니3 '올티 - OLL' Ready' 中




"난 아마도 한반도 축구가 아닐까

지성과 대세를 겸비한게 바로 나니까"


-'타이미 - 신데렐라' 中




요즘은 정말로 펀치라인을 구경하기 쉬워졌다.


그래서 랩을 듣는 그 때, 그 곳, 그 맛이 살아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은 펀치라인을 찾기 힘들었다.


다들 이렇다 할 펀치라인을 마땅히 보여주지 못 했다.


그렇기에 항상 자극적인 것에 목말라 있는 힙찔들은 그것들을 항상 갈망했으며


그 중심에는 '타블로'가 후광을 내며 서있었다.


지금은 상당히 그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펀치라인의 교과서이자, 수능계의 '수학의 정석'과도 같았던 그의 펀치라인이다.




"넌 겨울의 반팔티, 아마 추워"

"니 정신상태는 포장마차 싸움꾼. 병 들었어"

"답답해 니 가사는 마약중독자처럼 약해"


-'Eight by Eight' 타블로 파트 中




적어도 2000년대 후반의 중의적 표현을 사용하는 펀치라인은


이 3줄의 가사를 빼놓고서는 도저히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새내기 힙찔들은 저 가사를 성경처럼 되새기며 응용버전으로 펀치라인을 쓰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타블로는 "옛다 팁이다"라는 마음이었는지


힙찔들에게 펀치라인 떡밥을 투척했다.




"홀로 남은 개리 형처럼 길이 없어"


-'에픽하이 - 트로트' 中




이 가사에 감명을 받은 힙찔들은 다시금 눈물콧물 쥐어짜내며


그의 업보와 행적에 감탄을 하며 아류 펀치라인을 양산해내도록 하였으며,


'스윙스 - 펀치라인 놀이'의 가사 중


"넌 홀로 남은 타이거JK.

미래가 없지"


라는 가사는 이 행위에 부스터를 가했다.


이 시기 즈음에 래퍼를 이용한 각종 펀치라인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넌 쌈디, 센스가 없으니" 등등. . .


이렇게 힙찔들이 밑바닥을 꾸준히 갈고 닦아준 덕분에


타블로의 'Eight by Eight' 펀치라인은 2010년대 초반에 들어서야 서서히 자취를 감출 수 있었다.











펀치라인의 두 번째 종류. 라임도배


사실 진정한 힙찔이라면 중의적인 표현에는 관심이 크게 없었다.


누군가 그들에게 소원이 무어냐 물어본다면


그들은 말 할 것이다.


첫 번째는 라임이요

두 번째는 라임이오,

세 번째는 이 힙합씬의 자주적인 완전한 라임이오


그 정도로 당시 힙찔들의 라임 집착은 상당했다.


'라사모'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리고 중의적인 문장의 선봉주자로 '타블로'가 있었다면,


라임도배의 황제이자 왕이자 대통령이자 신화이자 지저스크라이스트로는 '화나'가 있었다.


힙찔들 사이에서도


'펀치라인'이라는 하나의 국가가 있다면


'중의적 문장'과 '라임도배'라는 정당이 양당제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실 따지고보면


타블로와 화나는 섞이기 힘든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힙찔들은 타블로가 옳니 화나가 옳니 하며 값어치를 매기기 싫은 싸움을 하곤 했었다.


대체 화나가 어느 정도로 라임 도배를 했길레 그러는가 싶은가?


'라임도배' 펀치라인의 Eight by Eight 격이 되는,


'동전한닢 Remix' 화나 파트를 살펴보고 가자.


당연하게도 라임은 [대괄호]로 표시하겠다.




[힙합이] [이 땅위] [자리][잡기][까지]

[차디][찬 시][각이][란 비][탈길][과 실][랑이]

[괄시][나 심][한 비][난 이][간질] [딴지] [사이]

[만신][창이] [삭신] [난 이] [바위] [앞의] [가위]

[하지][만 피][하지][마 시][작이] [반이]야

[단지] [mic][와 ][땀이] [확실][한 실][마리]

[가시][밭길][과 기][나긴] [자신][과의] [싸움 뒤]

[야심][찬 희][망이] [날 기][다린][다니]까


-'동전한닢 Remix' 화나 파트 中




타블로의 가사가 수학의 정석과도 같았다면


화나의 가사는 수학익힘책과도 같았다.


라임도배 펀치라인계의 수문장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 가사를 보고 외워야만 라임 도배를 할 수 있다는 무의식적 강박 관념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때문에 당시 라임 좀 쓴다 하는 Wack MC들은 화나를 추종하며 따랐고,


라임도배가 쉽지 않음을 자각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여기 한 가지 또 다른 라임도배가 있다.


'펀치라인'이라는 국가에서는 중의적 문장과 라임도배의 양당제였지만,


'라임도배'라는 국가가 있다면 이는 마치 북한과도 같아서


화나가 혼자서 독재체제를 구축한 모습과 흡사하다.


그 속에서 소신껏 자신의 모습을 보인 한 명의 용사가 라임도배를 했는데,


비록 화나에 묻혀 큰 빛을 보지는 못 한 라임떡칠이지만


쩌. . . 쩐다! 라는 생각을 들게 함은 분명하다.




[한심한] [당신 한] [가지만] [다시 말][하지만]

[마지막][까지] [안심][하지][마 이] [자식][아 이] [확실한] [방식과] [까칠한] [자신감]

니가 [방심한] 사이에 [삽시간]에 [퍼질] [Fucking] [Punch] Line


-'DJ Juice - You Got Snuffed' 라임어택 파트 中




화나와 라임어택은 2~3글자로 라임 도배를 했다.


하지만 한 글자만으로도 라임 도배를 한 경우의 수 또한 존재한다.


이는 상당히 유명한 펀치라인이기도 한데, 바로 '제리케이'의 펀치라인이다.




자만과 착각만 따라가다가 타락한 가짜야 

착잡한 판단과 발악 참 같잖다

박찰 가하자마자 장악한 낮과 밤

장과 막마다 찬란한 날 따라 찬양하라


-'아에이오우어!?' 제리케이 파트 中




당연하게도 이 가사 또한 많은 힙찔의 힙합이라는 성감대를 자극했지만


빠른 현자타임이 왔는지 이렇다 할 아류작은 보이지 않았다.











펀치라인의 외전. 재치있는 가사


사실 상당히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는 분류이다.


재치있는 가사.


너무 포괄적이기에 무엇은 포함되고 무엇은 포함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렇다고 개념의 조작적 정의를 내리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 혼돈의 카오스를 정리시켜준 것이 바로 '피타입'이다.


힙찔들은 말 하였다.


이 피타입의 가사는 재치있는 가사의 표본이다.

이를 뛰어넘는다면 이는 펀치라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 가사를 한 번 살펴보자.




"븅신은 븅신인걸 알면은 븅신 아냐

븅신은 븅신이 븅신처럼 븅신인걸 몰라야 븅신

븅신 눈에는 모두가 븅신 또 모두에겐 모두가 븅신"


-'동전한닢 Remix' 피타입 파트 中




이 븅신 펀치라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후 다루게 될


'힙찔 4대 신앙'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힙찔들은 더욱 자극적이고 강한 것을 원했고,


피에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그 먹잇감을 사냥하기에 이르렀다.


그 첫번째 대상은 라임(Rhyme)이었고,


이를 먹다보면 펀치라인(Punchline)이라는 육즙 또한 나왔기에


많은 하이에나들이 이를 즐겼다.


하지만 라임이라는 먹이에만 하이에나가 몰리자


일부 눈치가 있는 힙찔들은 다른 먹잇감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때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이 바로 플로우(Flow)였다.


다음에는 힙찔이 바라봤던 플로우에 대해 기술하려 한다.

Posted by 이라지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