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돌 노래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음악이라고 표현을 해도 달리 반박을 하기가 쉽지 않다.
송민호가 God damn i'm idol too 를 외치게끔 만들어버린
아이돌 래퍼들이 요즘 한국 시장을 서서히 키메라 증후군처럼 지분을 늘려간다고 하여도
랩은 여전히 듣는 음악이다.
간혹 '나다'의 큼지막한 마음 됨됨이와 같은 서큐버스의 덫이 설치되어 있다고 하여도
랩은 여전히 들어야하는 음악이다.
그 청취의 요소로는 크게 라임과 플로우가 있다.
힙찔에게 있어서 라임이란 앞서 언급했듯이 그냥 다다익선이었다.
많으면 많은대로 좋은 것이었기에 다들 집게사장처럼 맹목적으로 그것을 모으기에 바빴다.
라임에 너무 집중을 하느라 그들은 플로우에 여념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기에 '딥플로우(DeepFlow)' 래퍼를 두고서
"플로우가 그렇게 깊지도 않으면서 딥플로우라니. . ."
라는 아무말 파티를 일으키던 존재가 바로 힙찔들이었다.
물론 막상 그렇게 말하는 그들에게
"그럼 아웃사이더는 어떤 플로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라고 묻는다면
"아웃사이더? 빠르잖아. 그게 플로우 아냐?"
라는 홍럼프를 능가하는 막말 투나잇을 우리들에게 선사하기까지 이른다.
마르코(Marco)
정말 그나마 생각이 조금 깨어있다 하는 힙찔들은 마르코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녔다.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마르코의 플로우는 물결 흐르듯이 매우 부드러운 랩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힙찔들은 입맛이 초등학생과도 견줄 수 있는 정도여서
MSG가 가득 쳐져있는 자극적인 맛을 원하면서도
자신의 입맛에도 맞아야하는,
여자 마음과도 같은 매우 난해한 평가기준을 지니고 있다.
그 중 마르코는 이 엄청난 유리벽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뚫은 래퍼다.
손가락 하나만 들어가는데 무슨 대수냐고 묻는다면,
쌈디, 개코, 타블로 등 당시 내로라하는 래퍼들 조차도 힙찔을 만족시키지 못 했다.
랩을 잘 하는 것은 알겠지만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양자역학만큼이나 까다로운 이 벽을 뚫었다는 것은
지나가던 Lv.2 고블린이 엑스칼리버를 뽑았다는 것과도 비슷한 혁명이다.
하지만 힙찔은 역시 힙찔이다.
마르코의 앨범에 어떤 노래가 어땠고 이러해서 괜찮다. 라는 평가가 아닌
마르코가 쀠쳐륑 했던 그 파트 개쩐다. 라는 평가만을 남기고 있다.
이 때 언급 되는 피쳐링곡은 딱 2곡이다.
가사를 남기기는 하겠지만 힙찔이 좋아하던 그 플로우를 글자로는 재현할 수 없으니
한 번 쯤은 직접 들어보는 것을 권장사항으로 여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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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I´m Back! 내가 등장하면 전부 Game Set! 잘들어, 어떤 트랙이든, 랩이든, 재미는 기본 헤메이는 애들의 때이른 방황을 바로 잡을 내 이름 ´M´ Checkin´it ´A´ Checkin´it ´R-C´ Checkin´it ´O´ Freaky Freak Oh! 부드러운 나의 Flow는 오늘도 늘 손을 들게, 소리치게 만들어 내가 바로 이 씬의 보물
-'Vasco - Upgrade 2k7' 마르코 파트 中
킬링파트는 간단하다.
"Yes I'm Back"과 "전부 Game Set"을
"예스 아우와우와움 뽹!"과 "져우지염뷰 께임 쐣!" 으로 발음하면 되고
"Freaky Freak Oh 부드러운"을
"ㅃ뤠낏ㅃㄹ꼬! ㅂㅂㅂㅂㅂㅂㅂㅂ부드러운" 으로 발음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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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Desire
불을 뿜어내는 Rhymer
내 열망의 폭발의 절정 속에 모든 라이벌들은
고개 숙이고 무릎을 꿇어 두리번거려 돌아보면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외나무 다리라는 걸
둘 중 하난 죽어야하는 너와의 싸움
더 이상은 피할 수 없어 거친 이 라운드
한마디도 안 가리고 단단히 먹은 마음가짐으로
네 심장을 폭격하는 날카로운 Rhyme
-'DeepFlow - B.I.G.D.E.A.L' 마르코 파트 中
말이 필요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이 파트로 하여금 많은 힙찔들이 자신의 래핑 스타일을 바꿨다.
이그니토(Ignito)
2000년대 힙합의 엇박 래퍼를 논할 때
이센스, 디기리와 함께 어깨동무를 하려 쭈뼛쭈뼛 팔을 뻗고 있는 래퍼다.
상당히 철학적인 가사 또한 과자처럼 누네 띄지만
힙찔들은 그런 것을 알 리가 없고, 알 필요성도 느끼지 못 하여 알지 못 했다.
그저 이그니토의 목소리가 탐났다.
이펙터를 살짝 먹인 듯한 그의 목소리와
동굴을 울릴 정도의 저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음의 분류에 넣을 수밖에 없는
그런 마성의 목소리와 함께
지구인의 "히야!" 와도 같이 스스로를 매우 잘 나타내는 마스코트인
"으!"를 사용함으로써 힙찔들의 눈에 투명하면서도 짭짤한 보석을 발굴해내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게 플로우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힙찔들에게 그런 것은 문과생에게 기하와 벡터를 가르치는 것과 비슷했다.
아 몰랑!을 시전하며 이 또한 플로우의 일부로 받아들인 것이다.
사실 이그니토는 "으!"가 아닌 박자감과 가사에 그 진가가 살아있는 것이지만
힙찔의 달팽이관을 거치며 이것이 조금은 와전이 되어
"으!"가 있기 때문에 박자감과 가사가 살아난다는 맹목적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붓다 베이비(Buddha Baby)와
스나이퍼 사운드(Sniper Sound)
힙찔은 안 그래도 이해력과 판단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환원주의적 오류를 일으키고 만다.
바로 다음에 언급하게 되겠지만 힙찔의 가장 크나큰 믿음과 의지는 바로 '아웃사이더'다.
그런 아웃사이더를 키워준 것은 MC스나이퍼였고,
그렇기에 힙찔들은 MC스나이퍼의 플로우조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찬양을 했다.
그리고 이들이 소속되어 있는 소속사(스나이퍼 사운드)와 크루(붓다 베이비) 또한
그 래퍼가 누구이든 노래가 무엇이든 플로우를 찬양하고 경배한 것이다.
단순하게 보자면
아웃사이더는 개쩐다. 왜 쩌냐 묻지마라 그냥 쩐다
->아웃사이더는 MC스나이퍼가 키웠다
->오 MC스나이퍼 개쩐다
->이 둘은 스나이퍼 사운드 소속이다
->오 스나이퍼 사운드 소속 래퍼들은 다 쩔겠다
->동시에 붓다 베이비라는 크루에도 소속되어 있다
->오 붓다 베이비 소속 래퍼들 다 쩐다
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이들이 냈던 곡들은 지금 들어도 버릴 만한 곡이 딱히 없음은 ㅇㅈ할 수밖에 없다.
'네 자루의 MIC', 'Better Than Yesterday' 등
꽤나 괜찮은 곡임은 확실하지만
후광효과를 너무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는 탓에
'Better Than Yesterday'에서 딱히 이렇다 할 특징을 보여주지 못 한
'Room9'와 'BK'의 플로우조차도 "아니 붓다베이비잖아? 그럼 쩌는거네!"라면서
사이비 이단 종교에 버금가는 신념을 머릿속에 한 올 한 올 심어버렸다.
아웃사이더(Outsider)
그는 신이다.
그는 전설이다.
힙찔이라는 존재는 함부로 이 이름을 부를 수가 없었다.
수드라 보다 하위계층에 존재하는 언터쳐블과도 같은 그들이 힌두교의 소를 바라보듯이
감히 함부로 언급해서도, 바라봐서도, 심지어는 생각조차도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행위였다.
그 정도로 힙찔들 사이에서 신격화가 되는 존재이다.
물론 그의 플로우는?
조금만 정상적인 사상을 하긴 리스너들이라면 아웃사이더의 플로우는
조금은 무미건조함을 알고 있다.
물론 데뷔 이후 지금까지 서서히 나아지고는 있지만
그의 플로우는 빠르다는 것을 뺀다면 이렇다 할 것이 없다.
쇼미더머니에서 처참한 공연비를 받은 것은 괜히 그런 것이 아니다.
하지만 힙찔들에게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그들에게 아웃사이더란 하나의 브랜드와도 같았다.
그렇기에 브랜드 충성도가 아주 깊에 형성되어 있었고
유명 명품 브랜드의 종이가방이라도 얻고자 하는 일부 여성들의 욕망처럼
힙찔들은 단 한 가지의 세포만이라도 아웃사이더와 닮기를 원했다.
그렇기에 아웃사이더가 써내려간 수많은 활자들을 머릿속에 주입시켰으며
발음이 꼬이는 것을 알면서도,
말을 빠르게 하면 플로우를 살릴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무조건 말을 빠르게 하는 것이 이 힙합씬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다.
그렇다.
아웃사이더. . . 당신은 대체. . .
어떤 매력이 숨어있길레 수많은 힙찔들을 그렇게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몰고 다녔던 것일까.
물론 그것은 중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힙찔은 힙찔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