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는 학창시절부터 연예인각을 보이는 인물이 없었다.
친구란 원래 비슷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만나는 것이라 했던가.
이런 부분에서 생각해본다면 내 직속 친구로는 연예인이 없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의 친구를 끼얹으면 어떻게 될까.
전 세계 어딘가의 익명의 아무개에세 편지를 전해주려면 딱 5명만 거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활동 중인 연예인을 알려면 1명만 지나가면 된다.
대학교 1학년 시절, 한 남자 동기(A라고 칭함)와 함께 공강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학생식당에 같이 붙어있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산 후 최면에 걸릴 듯 휴대폰만 응시하고 있었다.
당시 학생식당 바로 옆에는 점심시간이라고 노래가 틀어져있었다.
그 곡이 바로 'JJ Project - Bounce'였다.
동기 A는 연기자를 지망하고 있었는데,
안구건조증에 걸리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휴대폰만 보던 정적을 깨는 말을 꺼냈다.
"지금 나오는 이 노래, 멤버 한 명이 내 친구야. 연예인이 되면 같이 만나기로 했는데 이제 나만 연기자가 되면 되겠네"
평소 종교적 이유로(기독교임) 올바른 행실만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친구였기에
물론 못 믿는 것은 아니었고, 호기심에 검색을 해봤다.
그 멤버는 '갓세븐(GOT7)'에도 소속되어 있는
'진영'이었다. 전에 쓰던 예명은 '주니어(Jr)'
출생지, 생년월일, A와 중학교 동창이었다는 말 등 각종 데이터베이스가 100% 일치했고,
신기했다.
그저 신기했다.
친구의 친구가 실제로 연예인이었다니.
문득 생각해보니 친구의 친구가 연예인인 경우는 한 팀 더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짝꿍을 지냈던 여자아이가(B라 칭함) 있었다.
그림을 잘 그렸고, 공부도 잘 했고, 평소 행실도 좋았다.
중학교 때는 전교회장을 맡을 정도로.
하지만 그녀와 나는 여느 짝꿍들과 다를 바 없이 서로서로를 지나가던 바람 정도로 취급했고
뭐 아무런 상관이 없었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순간 자신의 SNS에 주구장창 한 걸그룹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총선 기간의 SNS처럼 매우 뜨겁고 열정적으로 한 걸그룹만 집중적으로 글을 올렸다.
저 친구가 왜 저러지?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사유를 알아보니, B의 친구가 길거리 캐스팅으로 걸그룹 데뷔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팀은 '써스포(Sus4)'였고, B의 친구는 '산하'였다.
사이비 전도처럼 매우 끈질긴 B의 홍보활동에
나는 2015년 3월 18일 발매된 써스포의 데뷔곡 '흔들어'를 들었다.
B에게는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경솔한 멜로디와 코감기 걸린 듯한 후크에 과감히 노래를 껐다.
후크송을 노렸다기에는 매우 부족했던 중독성은 어정쩡하게 곡에 함량이 되어있어
이 곡을 듣고 중독된다면 매우 기분 나쁘게 헛배부름이 될 것 같았다.
물론 이 감정을 B에게 말 하지 못 한 비밀이다.
내가 초등학교 때 너무 까불어서 B에게 몇 대 맞아본 기억으로는, 그 친구의 손은 하바네로를 품은 불닭볶음면이었다.
맞자마자 "응?"하는 느낌이 드는, 여자로써 지니고 있어도 되나 싶은 정도의 매운 손맛이었다.
심지어 2006년에는 불닭볶음면이 없었던 것을 감안해보면, 그녀의 손맛은 시대를 앞서간 듯 하다.
그래도 B의 홍보활동 효과는 <System : 매우 뛰어났다!>
데뷔곡이 군대처럼 다시는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써스포라는 3개의 글자가 비와이처럼 가사 속에 이름을 새기라고 하지 않아도 내 머릿속에 새겨지고 있었다.
추노처럼 각인되어버린 이 단어는 이마에 새겨지는 것을 넘어서
마혼제령술처럼 나의 뇌속으로 파바박 꽂히고 있었다.
내가 군복무를 하고 있던 시기에 써스포가 컴백을 했었는데,
2016년 1월 27일에 발매한 'Pick Me Up'
뮤직비디오 다시보기에 올라온 그 노래를 나도 모르게 틀어버렸다.
하지만 실망감은 여전했다.
1절 도입부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나는 청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노랫말이 심각하게 들리지 않았다.
Wack MC들처럼 가사의 발음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소리가 너무 작았다.
매드클라운이 때려박는 랩이라면, 써스포는 속삭이는 노랫말이었다.
노래에 집중을 해서 들어보라는 일종의 부비트랩이었을까?
하지만 나의 여친마냥 찾을 수 없는 킬링파트와, 중독성조차 없음은
헬륨 풍선처럼 붕붕 뜨고 있는 기본 멜로디를 잡아주지 못 하고 있다.
그저 아쉬움만을 남긴 곡이다.
그랬던 그녀들이 각설이처럼 죽지도 않고 또 왔다.
지금 이 순간, 걸스데이는 의문의 1패를 당한다.
아무튼 써스포는 팀 이름을 바꾸고서 새로이 우리들 앞에 나타난다.
'밍스(MINX)'가 '드림캐쳐(Dreamcatcher)'로 개명하고
'라니아(Rania)'가 'BP라니아(BP Rania)'로 개명하는 등
팀명을 바꾸는 대세에 편승한 듯 보인다.
그녀들이 아이디 변경권을 사용한 결과물은 '에이치투엘(H2L)'
아무래도 멤버인 'sanHa(산하)', 'hwuLin(휘린)', 'yuLi(유리)'여서 H2L이 아닐까.
아무튼 그녀들은 새로 바뀐 소속사와 함께 달콤한 겨울 노래로 컴백을 했다.
2017년 1월 16일 발매한 'Winter Story'다.
1월에 겨울 노래면 살짝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댄스곡이 아니라 노래에 더욱 집중을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노래도 나름 괜찮고 말이다.
소속사를 옮긴 후에야 에이치투엘을 밀어주려는 행보가 보인다.
공식 SNS의 활발한 업데이트 등이 이를 증명한다.
2017년 2월 6일에는 '네이버 V앱'에서 그녀들의 라이브 방송도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껏 가져본 적 없는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져서인지
소통 능력과 진행력, 심지어는 예능감도 상당히 부족했다.
하지만 꾸준한 교류를 통하여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니 서서히 좋아지게 만들면 된다.
솔직히 처음부터 소통을 잘 하는 연예인이 얼마나 있겠는가.
소통을 잘 하다가 어느순간 사라진 연예인은 참으로 많은데 말이다.
에이치투엘은 그런 분류에 속하지 말았으면 한다.
기껏 친구의 친구가 연예인인데 이 모습 오래 봐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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