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요계에는 주체할 수 없는 아마겟돈이 찾아왔다.
그 행성의 이름은 '스텔라'였다.
너무 유명한 나머지 굳이 더 설명할 필요성이 없는 '마리오네트'를 두고 언급하는 말이다.
엄청난 갑론을박을 몰고 왔던 4명의 소녀.
팀명에 맞는 분위기의 노래를 하려는지 '로켓걸', 'U.F.O'를 부르던 그녀들이
우주에서 땅으로 짠!쿵!쾅!하고 떨어져버렸다.
그녀들의 의상과 무대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우리들은 그저 그지깽깽이가 될 뿐이었다.
심지어는 아직까지도 적지 않게 논란의 대상이 되어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을 정도.
하지만 동시에 스텔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은 아주 좋은 예시이기도 하다.
보통 과도한 섹시 논란 이후에는 선입견과 비판에 파묻혀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함이 일반적이지만
스텔라는 이 논란으로 얻은 인지도를 이용하여 계속 활동을 이어나갔다.
물론 마리오네트 직후에 발매한 곡이었던 '마스크'와 '멍청이'는 깔끔하게 국밥 재료로 사용했고,
이윽고 역시 정답은 결국 섹시라는 것을 느꼈는지
안무로 섹시함을 과시한 '떨려요', 화보로 섹시함을 과시한 '찔려'를 발매한다.
마리오네트의 영향력이 너무 강했던 탓에 "역시 스텔라"라거나
"뭐, 조금 야하기는 해도 마리오네트 정도는 아니네" 라는 반응을 얻어내며
의도치 않은 면죄부를 선사 받았다.
아직도 '스텔라'하면 '마리오네트 걔'라는 타이틀은 라텍스 옷처럼 벗어내기 힘들지만
해체 위기의 무명 걸그룹이 과도한 섹시로 급격한 인지도를 얻게 되자
그녀들을 추종하는 세력이 서서히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 세력은 갖가지 자치공화국을 세웠지만 그 중 대표적인 걸그룹을 이야기하려 한다.
바로 '예슬', '제이나', '차니', '자영'으로 이루어진 4인조 걸그룹
'포엘(4L)'이다.
4명의 Ladies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포엘.
우선 이 걸그룹을 알기 전에는 짤막한 역사를 한 번 짚어 볼 필요성이 있다.
포엘(4L)의 멤버였던
'제이나', '차니', '자영'은 이미 '모아(M.O.A)'라는 걸그룹으로 한 차례 데뷔한 적이 있다.
2014년 2월 20일에 '전화할게(I'll Call Ya)'라는 곡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곡은 노래 못 부르기로는 최상급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노래이며,
걸스힙합 컨셉도 아니면서 랩 담당으로 4명을 배치하는 5한조 급의 최강 트롤 조합과,
메인보컬이 한 옥타브 이상 올라가지 않는 듯한 환청 현상,
경박한 멜로디 속 억지로 걸크러쉬를 뿜어내려는 부조화 상태,
중간중간 쓸데없이 많은 댄스타임 등이
총체적 난국 속에서 피어난 설상가상의 형태가 엎친 데 겹쳐버렸다.
결국 다행스럽게도 모아는 해체를 하고
차니, 제이나, 자영은 당시에 연습생이었던 '예슬'을 영입하여 '포엘'로 데뷔를 한다.
그녀들의 데뷔 티저 당시 멘트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역대급 최강노출"
그녀들의 뮤직비디오는 구조부터가 경악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가릴 곳만 가릴 의상과
지속성이 에너자이저 급으로 뛰어난 드라군 댄스,
안무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노래에는 미처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는지 상당히 질 낮은 노래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루트만 골라서 공략을 하고 있다.
인지도를 얻기 위한 마케팅의 한 수단이라기엔 너무 급한 느낌이 심했다.
몸을 꿈틀 움직이기도 전에 급한 속도로 생매장을 당해버린 것이다.
그녀들의 뮤직비디오가 대체 어느 정도이길레 그러는가.
나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알지만 그 뮤비가 너무 망측하여 굳이 옮기지는 않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였던가, 직접 보게 된다면 1분도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뱉었던 모든 문장들의 참된 진리를.
그녀들이 정말 They Are Global Entertainer다.
Please Don't Try This At Home 문구를 붙여주고 싶을 정도니까.
아무튼 포엘은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여 우리들에게 몇 가지 교훈을 알려주고 있다.
과도한 섹시 컨셉을 채택하면 땅에 묻히다 못해 나락으로도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
뜨기 위해 섹시 컨셉을 선택해야 하는 걸그룹계의 안타까운 현실 등을 말이다.
결국 포엘은 심각했던 수준의 섹시 컨셉으로 빛을 보지 못 하는 독방에 갇혀
SCP-087처럼 하염없이 땅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칠 뿐이었다.
이미지 쇄신과 함께 팀을 어떻게든 살려보려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롱스톤에게 피츄의 10만 볼트를 날리듯이 큰 효과는 없었고, 결국 포엘은 해체를 한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이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선 '예슬'
그녀는 일찍부터 포엘을 나와 솔로로 데뷔를 했다.
그녀의 솔로 활동 시작을 알리는 깃발은 2015년 6월 2일 '사랑하나봐'로 부터 시작된다.
상당히 달달하고 스무스하면서도 활기찬 그의 노래.
꾸준한 활동 보이기를 바래본다.
다음으로는 '차니'
그녀는 5인조 걸그룹 '유레카(Ureka)'에 들어가
2016년 11월 14일 'Get Down Ver.2'로 데뷔를 했다.
안타깝게도 안무영상을 찾을 수는 없지만
노래만 놓고 말해보자면 행사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용도로는 상당히 괜찮은 곡이다.
이 그룹도 활동의 흔적이 딱히 보이지 않아 또한 묻혔나 싶었지만
각종 안무 커버 영상 등을 보여주며 간간히 생존신고를 하고 있다.
직캠이 발달한 요즈음에도 직캠이 별로 올라오지 않는 것을 보면 활동 자체가 적은 듯.
무엇보다 본인의 명의로 된 노래가 1곡밖에 없다보니
행사를 가면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커버해서 부르는 모습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댄스팀으로 구조가 잡힌 듯 하다.
마지막으로 '제이나'와 '자영'
그녀들은 '제이영(J-Young)'이라는 트로트 듀오를 결성한다.
2016년 7월 13일 '몰라요'로 데뷔를 했는데,
2인조 여성 트로트 듀오로 데뷔를 할 줄은 몰랐다.
의외였다.
물론 썩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다.
이미 여성 트로트 듀오의 길은 나름 닦여진 상태이지 않던가.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이 팀에 흡족했던 부분은
'포엘' 활동 당시에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던
그녀들의 웃음을 '제이영 - 몰라요' 안무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본주의 섹시에서 벗어난 그녀들의 표정은 이보다 밝을 수는 없다.
예슬, 유레카 차니, 제이영
모두들 과거는 잊어버리고 꽃길만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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