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참 많은 지식을 쌓아오고 있다.


실생활에서 전혀 쓸모없는 교과서적인 내용을 머리에 넣으면서도


가르치고 싶은 내용이 얼마나 많은지 문과, 이과로 나누어 지식의 분야 자체를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놓았다.


이렇게 분과를 하고도 세부 분야로 넘어간다면 그 지식의 양은 태평양보다도 광활하다.


인터넷과 뉴스에서 흘러 나오는 각종 시사상식, 정치소식, 연예계 스캔들까지 포함한다면


우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되기에 아까움이 없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아는 것이 참 많다.


JTBC를 통해서 형님들을 알아가고


래퍼 San-E의 아는 사람 이야기도 들었다.


피기돌스도 아는 여자를 그렇게 목청껏 불러댔다.


우리가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걸그룹 '아는동생(ANDS)'이다.







우리들의 아는 동생이 되고 싶다는 그녀들


섹시와 노출을 시도하여 이목을 끌려는 여느 걸그룹과 달리 매우 친근한 느낌을 풍긴다.


친숙하지만서도 실제 현실반영 100%의 여동생 같은 느낌도 내지 않는 중도를 지키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내가 아는 동생 중 한 명일 것만 같으면서도


아는 동생 중 저런 동생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망각의 늪 속에 몸을 담그게끔 만든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한 숨 자고 일어나면 깨어날 꿈에 불과한 허상이지만


루시드 드림을 해서라도 현실과 같은 느낌을 맞추고 싶다.


아는 동생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그룹이다.







2014년 9월 15일 '오빠 어디야'로 데뷔 한 그녀들.


2015년 6월 25일에는 '오늘 우리 다시'로 활동을 하며


멤버 '보선'이 탈퇴하고 막내 '라이'가 새로 영입 했다.


이후 2015년 7월 29일 '딴따단'으로 컴백을 하며 현재의 4인조인


나욤, 리디아, 성여울, 라이의 체제를 굳혔다.




이 '딴따단'은 상당히 매력적인 곡이다.


카시오페아가 나타난 듯 상당한 중독을 일으키는 후크와


따라부르기 쉬운 멜로디,


과하지 않은 복고를 가미함으로써 풋풋한 모습을 극대화시켰다.


안무도 반복적인 부분이 많아 꽤나 쉽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런!


한 가지 아쉬움이 이 모든 이점의 뒷목을 부여잡는다.


그 위험하다던 '독주 체재'를 범하고 있는 것.


2년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 때문인지,


'나욤'을 제외하고는 보컬의 무게감을 질 수 있는 인물이 나타나지 않은 듯 하다.




'딴따단'은 러닝타임 중에서

성여울 13초, 라이 13초, 리디아 22초의 개인 파트를 가져갈 때

나욤은 혼자서 1분 10초를 부르는 기염을 토한다.


아아, 그저 통곡하노라


물론 나욤은 '태연 - I'도 적절히 소화해 낼 정도로 보컬 기량이 꽤나 괜찮지만


다른 멤버들에게 파트 분배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니


아무리 보고보고 또 다시 봐도 '나욤의 아는 동생들'이라는 부제를 벗어날 수가 없다.







아직 시작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한 그녀들.


그런 그녀들에게 비극이 찾아온다.


셰익스피어의 5대 비극으로 '리어왕', '맥베스', '오셀로', '햄릿'을 이어 '아는동생'이 등재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는동생의 살아있는 기둥과도 같았던 보컬 담당 '나욤'이 탈퇴를 해버린 것이다.


그나마 노래를 부르는 멤버가 떠났으니, 이 걸그룹의 존속 여부가 상당히 위태롭다.


아직까지는 어찌어찌 3인 체재로 돌아가는 듯 하지만


새로운 메인보컬을 등용하지 않는다면 글쎄,







어느 신인 걸그룹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걸그룹으로 활동하면서 꿈을 말 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멤버의 답변은 그러했다.


"우리가 불렀던 노래로만 무대에 서는 것"


아는동생을 보니 이 인터뷰가 문득 떠올랐다.


정작 본인들의 노래는 안무 연습 영상조차 업로드 하지 않으면서 커버 영상은 올리는 그 모습에,


행사를 가서 본인들의 노래를 한 곡 한 후 다른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는 그 모습에,


적절히 씁쓸함과 측은함이 나를 찾아왔다.




더군다나 그룹명이 그룹명인지라


검색창에 아는동생을 검색하면 얼굴도 모르는 그 어느 누군가의 실제 아는동생을 구경할 수 있는 일도 벌어진다.


아직 갈 길이 심각하게 멀다.


뒤를 돌아보면 출발점이 바로 눈 앞에 보일 정도다.







소속사에 기재된 아는동생의 스탯(?)에 의하면


열정(Passion) 게이지가 만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는 역시 모든 일을 이룰 수가 없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데뷔한 지 1년 남짓한 시간만에 이미 삐걱거리는 그녀들은


2015년 12월 중순 이후로는 소속사 사이트에 등록된 스케줄이 단 한건도 없다.


공식 유튜브도 어느 순간부터 영상 업로드를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지금 당장에 활동 중지를 했다 해도 이상하지가 않다.




하지만 2017년 1월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


"3번째 싱글 작업 및 새로운 활동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는 설명을 겻들임으로써 아직 죽지 않았음을 계엄령으로 선포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녀들을 기다리는 것 뿐이다.


지조와 절개를 지키면서,







여담으로,


아는동생은 "동생"이라 부르기엔 나이대가 조금 있다.


나욤은 1990년 5월 29일 생으로 (2017년 기준) 28세,

성여울은 1992년 7월 1일 생으로 26세,

리디아는 1994년 10월 5일 생으로 24세,

라이는 1996년 10월 26일 생으로 22세.


맏언니가 28세. . . 이미 동생의 수준을 심하게 벗어난 듯 하다.


그러고보니 다들 2년 터울로 차이가 난다. 노린걸까

Posted by 이라지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