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구매 장바구니마냥 넘쳐흐르는 걸그룹 시장,


심각하다 싶을 정도의 수가 눈 한 번의 깜빡임 동안에 데뷔를 하고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의 수가 숨 쉬는 동안에 망해간다.


때문에 우리가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이불 안에만 있을 때


그 와중에도 처음 보는 걸그룹이 전기장판의 온기처럼 방황한 공기를 떠돈다.


그대,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빌리언(Billion)




빌리언은 레이, 송이, 베티, 제닛, 슬기로 이루어진 5인조 걸그룹이다.


2014년 3월 27일 'Dancing Alone'으로 데뷔를 하여


2016년 3월 7일 '있잖아'로 컴백을 하여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들.


원래 기본적으로 이름값 없는 무명 걸그룹에 관심을 표명하는 나의 기본 패시브와 더불어


이 그룹은 이유 모르게 나의 흥미를 넥타이처럼 잡아당겼다.


그래서 나는 거리낌없이 그녀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빌리언은 2014년 3월 27일 'Dancing Alone'으로 데뷔를 한다.


현재는 탈퇴했지만, 데뷔 당시에는 '기련'이라는 멤버가 있어 6인조 체제였다.

(사진 왼쪽에서 3번째)


Dancing Alone은 상당히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으며


조용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강한 슬픔을 내심 발견할 수 있는 곡이다.







마치 이별의 아픔을 달빛 아래에서 홀로 춤을 춤으로써 모든걸 승화시키려는 몸짓.


그 형설지공의 자세를 취하며 이루는 곡선은 안무에 유기농으로 함양시킨 듯 하다.


그녀들이 프렉탈처럼 형성시키는 안무의 형상은


여유로우면서도 절제 되어있고,


자유로우면서도 톱니바퀴처럼 빗겨나감이 없으며,


세심한 동작과 큰 행동이 적절한 배합을 이루고 있다.


동선과 안무 자체가 씨잼처럼 매우 아름다워 넋을 놓고 보게 된다.


우리들의 정기를 빼앗아가지만 않을 뿐, 서큐버스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노래 자체에 대중성의 성분 함량이 조금은 미비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투자한 돈에 비해 홍보가 너무 부족했고


그 때문에 큰 관심을 못 받고, 아니.


아예 관심을 못 받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결과물을 내었다.


그리고 한 동안 그 어떠한 소식도 들을 수 없어 스스로 땅굴을 파고 몸을 묻었나 생각했는데,





그녀들이 돌아왔다.


승전고를 울리고 풍악을 울릴 때가 온 것 같다.


한국 막장 드라마에서 외치듯이 '2년이' 지나서야 그녀들이 돌아왔으니 말이다.


2016년 3월 7일에 '있잖아'로 컴백을 하게 된다.





이미 'Dancing Alone'에서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여줬던 그녀들이었기에


진정한 군자라면 안무에 제일 먼저 눈길이 가지 않음이 없다.


그리고 그녀들은 실망시키지를 않았다.


흐르는 비트에 맞춰 지퍼락처럼 딱딱 들어맞는 안무를 선보임은 물론이고


안무와 안무 사이의 연결고리#동선 이 잘 맞아떨어짐은 1+1 사은품 행사다.


하지만 이미 앞 전 곡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던 탓일까.


다소 눈에 띈다 하는 킬링 안무가 제대로 자리잡고 있지 못 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가 있다.


'Dancing Alone'의 노래 같은 경우에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인 느낌이 있지만


'있잖아'는 이도저도 아닌 노래의 분위기가 향수마냥 심하게 난다.


대중성을 비교적 더했다기에는 노래가 너무 튀고


상업적인 느낌을 부과했다기에는 분위기가 그렇지만은 않다.


이 곡도 빌리언의 색깔을 찾아가겠다기엔 너무 어정쩡한 노래다.


또한 파트와 파트 사이에 연결이 다소 급하게 이루어지는 느낌이 있다.


단조와 장조라는 국경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행위는 범법 행위가 아닐까.


곡 구성 자체가 너무 왔다갔다하여 함부로 겉잡을 수가 없다.


이렇게 예상치 못 한 부분에서 뜬금없는 난이도 조절을 시도하다니.


만족감 한 번, 실망감 한 번이 찾아오니 남는 것은 현자타임 뿐이다.





지금 나와 같은 심정을 겪고 있는 팬들을 위한 차선책이 펼쳐지는 것일까.


빌리언은 '있잖아' 컴백부터 공식 유튜브를 통해 셀프 생존신고를 하고 있다.


비록 소통의 공간이지는 못 하지만 셀프카메라로 본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니


빌리언밖에 모르는 바보들은 이보다 어찌 좋을 수가 있을까.


각종 소식과 스케줄, 혹은 정말 일상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선물을 해주고 있다.


물론 '우주소녀(WJSN)'의 '우쭈테잎(UZZU TAPE)'처럼 정말 본격적이지는 못 하지만

(회사 크기의 차이만 생각해봐도. . .)


그녀들의 살아있는 순수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아직 대중들의 인지도는 0%에 가깝게 수렴하고는 있지만


꾸준히 나아가자. 부디.





그 와중에 막짤 슬기(오른쪽) 이쁨

Posted by 이라지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