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


내가 아는 바바는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매끈한 초록색으로 둘러쌓인 그 새까만 시원함.


끈적이는 그 액체는 나의 입안을 적시기에 충분했으며


적당히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를,




아 지금 무슨 생각하는가?


나는 지금 PX에서 레쓰비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렸던


바바 카페모카 캔커피를 묘사 중이었다

(2016년도 PX 가격 기준 320원)


그런데 내가 아는 바바가 하나 더 늘어나버렸다.


동명의 걸그룹 '바바(Baba)'가 그 주인공이다.


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기를 봐달라고 강력하게 어필을 하고 있다.


드립이 아니라 실제로 이런 의미로 지어진 팀 이름이다.







2015.03.24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곡 제목과 의상에서 모든 것을 직감해야 한다.


그렇다.


그녀들의 데뷔 앨범은 군대 컨셉이다.


가수 '김추자'의 곡을 리메이크 했다.


그렇다고 옷과 노래만 군대 느낌을 낸 것이 아니라,


진짜 군대의 여러가지 요소를 차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실제로 안무를 보면 제일 앞부분 나팔을 이용하여 군악대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이후 총을 쏘는 듯한 안무를 구성하였다.


그 외에도 군대 박수, 상하 반동 등 군대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하였다.


심지어는 안무 연습 영상을 보면 그녀들은 군번줄을 메고 있으며


신발 또한 자세히 보면 군화를 하이힐 버전으로 각색한 것이다.


군인이 신는 무릎 길이의 양말 또한. . .


디테일이 서서히 극에 달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녀들은 아예 계급을 정하여 활동을 하고 있다.


병장, 상병, 일병, 이병(어휴 노ㄷ. . )


다행히도 맏언니는 병장, 막내는 이병으로 하여


나머지도 나이 순서대로 계급을 나누었다.


리더 '푸름'은 나이상으로는 상병이지만


분대장 조기진급 제도에 의해서인지 병장이라는 계급을 가지고 있다.


새삼 디테일에 놀란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나이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계급을 나누지 않은 것.


행여 연습생을 지낸 기간으로 계급을 나누었다면 우리가 흔히들 우려하는 군대의 폐해가 나타났을 것이다.


"야 야 너 눈을 왜 그렇게 뜨냐? 나이 어린 내가 이러니까 마음에 안 드냐? 그럼 니가 연습생을 더 일찍 ㅎ. . "


끔찍하니 그만두자.







2016.02.25 Catch Me


앨범표지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엄청난 컨셉의 어정쩡함이 느껴지는가?


솔직히 '식스밤 - 10년만 기다려 베이베'의 분홍색 소시지 의상과는


길이와 색상을 제외하면 느낌이 주는 큰 차이점이 없다.


물론 의상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 더 깊이 들어가도 그 느낌은 별다른 것이 없다.




이 노래는 무엇을 위해서 지금 이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인지


갈 곳 없는 그 행보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색함을 느끼게 만든다.


노래 자체로도 그렇고, 춤도 당연하다.


엉덩이를 사용하는 안무가 많은 것은 알겠는데 뭔가 "우와아아아!!" 라거나 "우와. . ."를


말하게 만드는 요소가 없다.


또한 전체적으로 안무 동작이 크고 신나는 것은 알겠는데


관객이 전혀 그 점이 느껴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본인들만 즐기라고 만들어진 공간은 아닐테니 말이다.







2017.03.16 Funky Music


그리고 이 노래.


내가 이 걸그룹을 다룰까 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슬레이어즈 작가처럼 "해, 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게 된 바로 그 노래.


바바가. . . 이런 곡을 낼 수도 있었으면서. . .




지금까지는 그저 스스로를 낮추는 겸허한 자세로 앨범을 냈던 것 같다.


물론 레트로풍의 펑키 음악이라는 나름대로의 치트키를 사용했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좋은 노래이지 않던가.


앞전의 2개곡과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게


조금은 동작이 크다하는 안무가 없이


적당히 유순한 안무의 동선, 그렇지만 깨작한다는 느낌은 또한 주지 않는


이 엄청난 중도의 위치를 지키면서 노래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고보니,


다들 원래 이렇게 외모가 괜찮았던가?


어째 날이 갈 수록 모습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


물론 서애, 설이, 새이.


헷갈리는 이름이 조금 존재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조금 있으면 시애, 서인 등도 등장 할 기세다.







일단은 뭐, 바라봐달라는데


바바.


한창 군대 복하던 시절 320원이라는 싼 가격에 자주 먹던 커피였다.


걸그룹 바바.


이 커피와 이름이 똑같아서 관심이 갔던 걸그룹이다.


그렇기에 이 그룹은 의도치 않게 벤다이어그램 교집합이 그려지고 있다.




2015년 데뷔에 16년도 앨범 하나, 17년도에 앨범 하나를 내는 것으로 보아


정말 알게 모르게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심지어 이 3번 전부 2~3월에 앨범을 내고 있으니


무언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인지, 아무튼 거의 1년 주기로 앨범을 하나씩 내고 있다.


그러니 계속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달샤벳이 '내 다리를 봐' 노래를 냈을 때도


딱히 다리를 안 봤던 나였거늘.

Posted by 이라지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