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BS에서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이라는 예능을 계획 중에 있다. 전직 아이돌과 현직 아이돌 중에 대중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 한 아이돌이 출연하여서, 다시금 재기의 가능성을 꿈 꾸는 예능이다. 연습생을 아이돌로 데뷔시키는 것이 아닌, 기존에 있던 아이돌이 재데뷔를 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프로듀스101 시즌1으로 보자면 허찬미, 기희현, 정채연 등이 이미 아이돌 데뷔를 한 전적이 있는데 연습생 신분으로 참가를 해서 주목을 받았다면, 더 유닛은 아예 이런 아이돌로만 출연진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라붐, 탑독, 립버블, 다이아, 빅스타 등 수많은 현직 아이돌이 출연 의사를 밝혔으며, 전직 아이돌도 몇몇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 다시금 기회를 준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정말 하늘이 주신 기회이자, 한 줄기의 희망이다.






2.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대한 반대 여론도 적지는 않다. 가요제작자 등이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그들의 의견은 그렇다. "활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빛을 보지 못 했다고 단정을 짓고서 출연시켜야 하는 것이 가혹하다", "이미 데뷔했던 아이돌이 여기서 탈락하면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셈이다"






3. 출연자들의 입장에서는 십분 옳은 말이다. 특히나 탑독 같은 경우에는 2013년에 데뷔했고 심지어 빅스타는 2012년에 데뷔를 했다. 이런 그들의 입장에서 이 프로그램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안 그래도 빛을 보지 못 했는데 이 프로그램에서마저 떨어지게 된다면 정말 실낱같은 희망조차 사라지는 것이다.






4.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출연자들에게 있어서 이 프로그램이 정말 딱 마지막 프로그램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이 아이돌을 두 번 죽이는 셈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각종 프로그램에서 거의 끝물(?)을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해당 프로그램에서 떨어졌다고 바로 가요계 은퇴를 하지는 않는다. 프로듀스101에서 최고령을 담당(?)했던 황인선은, 스마일지라는 걸그룹으로 데뷔한 후 실패를 겪고 프로듀스 101에 출연을 한다. 최종 순위는 27위. 그렇다고 황인선이 2016년 기준 29세라는 나이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포기를 했나? 아니. 비록 오디션에는 떨어졌지만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아 솔로 데뷔를 했다. 다른 프로듀스101 출연자 중 최종 데뷔조에 들지 못 한 여럿 연습생이 좋은 기회를 맞이 했다.


결국 문제는 이 프로그램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최종 데뷔는 못 해도 프로그램이 끝난 후 그 좋은 모습에 감격하여 각종 좋은 기회가 충분히 주어질 수 있다. 






5. 쇼미더머니가 시즌1을 시작할 때 각종 악플과 비난을 겪어왔었다. 물론 이에는 이런저런 사건이 있었지만서도, 그 사건에 대한 여론을 제외하고서라도 "힙합 불모지인 한국에서 힙합으로 오디션을 본다고?"라는 반응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쇼미더머니는 한국에 힙합의 대중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른 사례를 보자. 프로듀스101이 방영되기 전에도 "101명의 여자가 자기를 뽑아달라고 하다니, 드디어 대한민국이 일본처럼 성진국이 되어가는구나"하는 반응이 지배적이다시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프로듀스101의 덕을 본 사람의 수를 쉽게 헤아릴 수가 없다.


프로듀스101 시즌2도 그렇다. 처음에는 "남자 101명이 오디션을 한다고? 징그러" 라거나 "시즌1은 군인들이 시청률을 많이 올려줬지만 시즌2를 남자로 하면 이건 시청률도 안 나오고 분명 망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덕에 숨겨진 보석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타카타 켄타, 그리고 뉴이스트 멤버들 등


이렇듯 초기의 여론과 비난은 그 프로그램의 성격을 판가름 짓지 못 한다. 일단 두고봐야 하는 것. 심지어 트와이스 멤버를 뽑는 프로그램이었던 '식스틴'도 방영 당시에는 큰 관심을 받지는 못 했다. 그런데 트와이스는 단숨에 대형 걸그룹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






6. 아니 근본적으로 "이 프로그램에서마저 떨어지면 그 아이돌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는 문장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5번에서 언급했던 모든 부정적인 의견은 어떻게 설명을 할 것인가.


특히나 프로듀스101 시즌1에서는 기존 걸그룹이 연습생 신분으로 출연을 했었는데, 그 아이돌은 두 번 죽는 셈이 아닌가? 그럼 허찬미는 세 번 정도는 죽었나? 황인선은 두 번 죽으려다가 가까스로 환생을 했나?


걸그룹에서 멤버가 한 명 씩 출연하여 서바이벌을 벌이고 경쟁 구도를 만들었던 "비밀병기 그녀"라는 예능이 있다. 그 예능을 보면서는 걸그룹의 상업화와 분쟁 조장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비판은 안 내셨나 모르겠다.






7. 신인 아이돌이 더 유닛에 참가한 경우는 잘 모르겠고, 데뷔한 지 몇 년이 지난 아이돌이 더 유닛에 참가한 것은 그만큼 간절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을 해야하는 점이 있다. 데뷔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어떻게 활동을 할 수가 있겠는가? 소속사가 빵빵해서? 물론 이것도 있어야겠지만. 각자 멤버들이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셈이다.


아이돌 기획사는 일종의 기업이다. 돈을 벌어야 기업이 운영이 되고 아이돌도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렇기에 소속사는 능력 혹은 잠재력이 있는 연습생을 멤버로 구성하여 데뷔를 시킨다. 아무리 소속사가 빵빵해도 뭣도 없는 멤버만으로 아이돌을 꾸려서 몇 년을 활동 시킨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소속사가 경제력이 있는 것은 둘째 치고, 일단 멤버들이 정말 가창력이든 춤 실력이든 뛰어난 비주얼이든 예능감이든 무엇이든간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아이돌로 데뷔를 하고 몇 년 씩이나 지난 것이다. 만약 실력이 없는 아이돌이 있다? 장담하건데 길어야 1년 정도다. 4~5명의 멤버 중 왜 아이돌을 하나 도무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실력이 없는 멤버 1명 정도가 있으면 몇 년을 충분히 활동할 수 있지만, 2명 이상이면 그 팀은 데뷔 후 몇 달 안에 분명 망한다.


소속사가 쉽게 포기하지 않는 데에는 그 이유가 분명히 있다. 결과물이 좋지 않아도 계속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키는 이유. 멤버들에게서 분명히 잘 될 만한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멤버들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그 잠재력을 뽐낼 타이밍이고.






8. 문득 다른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떠오른다. 더 유닛과 같이 KBS에서 방영을 했었다. 2012년에 방영한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이하 '내마오')이다.


내마오는 더 유닛과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 기존에 데뷔를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 한 가수들이 나와 이 오디션이 내 생의 마지막 오디션이라는 생각으로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내마오는 솔로가수, 아이돌 등을 가리지 않았지만 더 유닛은 아이돌에 국한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잠시 내마오에 출연했던 가수들 목록을 읊어보자면 제자만 300명이 넘는 보컬트레이너 레이, 스피넬의 '이엘'이었던 김연준(후에 걸그룹 '투아이즈'에 영입 후 탈퇴를 한다), 여성 로커 리아, 비행소녀 마골피, 지피베이직의 제이니(변승미)와 트리니티(정혜원), 시나위 출신의 보컬 손성훈, 레드애플 이민용, 거북이 초기 멤버 임선영 등. 장르 불문 연령대 불문 활동시기를 불문하고 출연을 했다.


그런데 내마오가 방영 될 당시에는 왜 이런 여론이 없었을까? 더 유닛은 아이돌이라서 비판했고, 내마오는 모든 가수여서 비판을 하지 않았나? 아니면 더 유닛은 여론의 관심을 받았고 내마오는 받지 못 해서? 아이돌이 가요계의 판도에 작용하는 힘이 더 커서?


비록 내마오는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서 결국 실패를 겪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아예 제목 자체가 "마지막 오디션"인데도 이 프로그램이 끝난 후 살아남을 사람은 계속 살아남고 있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서마저 빛을 보지 못 한 사람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두 번 죽이는" 행위가 되어버렸지만, 이 마지막 오디션을 발판 삼아서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도 충분히 될 수는 있다.


무엇보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일반인 중 가수를 뽑는 프로그램(케이팝스타, 슈스케 등)처럼 한 번에 뜨는 것을 원해서는 안 된다. 가능하다면 좋긴 하겠지만 차라리 로또 당첨 되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아무튼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 번에 팍! 하고 뜨는 것을 원하기 보다는 자신이 가진 끼를 최대한 보여주어 후에 좋은 모습으로 기억 되고, 다른 좋은 기회가 마련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면 두 번 죽는 행위는 절대 되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이라지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