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참 많은 지식을 쌓아오고 있다.


실생활에서 전혀 쓸모없는 교과서적인 내용을 머리에 넣으면서도


가르치고 싶은 내용이 얼마나 많은지 문과, 이과로 나누어 지식의 분야 자체를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놓았다.


이렇게 분과를 하고도 세부 분야로 넘어간다면 그 지식의 양은 태평양보다도 광활하다.


인터넷과 뉴스에서 흘러 나오는 각종 시사상식, 정치소식, 연예계 스캔들까지 포함한다면


우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되기에 아까움이 없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아는 것이 참 많다.


JTBC를 통해서 형님들을 알아가고


래퍼 San-E의 아는 사람 이야기도 들었다.


피기돌스도 아는 여자를 그렇게 목청껏 불러댔다.


우리가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걸그룹 '아는동생(ANDS)'이다.







우리들의 아는 동생이 되고 싶다는 그녀들


섹시와 노출을 시도하여 이목을 끌려는 여느 걸그룹과 달리 매우 친근한 느낌을 풍긴다.


친숙하지만서도 실제 현실반영 100%의 여동생 같은 느낌도 내지 않는 중도를 지키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내가 아는 동생 중 한 명일 것만 같으면서도


아는 동생 중 저런 동생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망각의 늪 속에 몸을 담그게끔 만든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한 숨 자고 일어나면 깨어날 꿈에 불과한 허상이지만


루시드 드림을 해서라도 현실과 같은 느낌을 맞추고 싶다.


아는 동생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그룹이다.







2014년 9월 15일 '오빠 어디야'로 데뷔 한 그녀들.


2015년 6월 25일에는 '오늘 우리 다시'로 활동을 하며


멤버 '보선'이 탈퇴하고 막내 '라이'가 새로 영입 했다.


이후 2015년 7월 29일 '딴따단'으로 컴백을 하며 현재의 4인조인


나욤, 리디아, 성여울, 라이의 체제를 굳혔다.




이 '딴따단'은 상당히 매력적인 곡이다.


카시오페아가 나타난 듯 상당한 중독을 일으키는 후크와


따라부르기 쉬운 멜로디,


과하지 않은 복고를 가미함으로써 풋풋한 모습을 극대화시켰다.


안무도 반복적인 부분이 많아 꽤나 쉽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런!


한 가지 아쉬움이 이 모든 이점의 뒷목을 부여잡는다.


그 위험하다던 '독주 체재'를 범하고 있는 것.


2년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 때문인지,


'나욤'을 제외하고는 보컬의 무게감을 질 수 있는 인물이 나타나지 않은 듯 하다.




'딴따단'은 러닝타임 중에서

성여울 13초, 라이 13초, 리디아 22초의 개인 파트를 가져갈 때

나욤은 혼자서 1분 10초를 부르는 기염을 토한다.


아아, 그저 통곡하노라


물론 나욤은 '태연 - I'도 적절히 소화해 낼 정도로 보컬 기량이 꽤나 괜찮지만


다른 멤버들에게 파트 분배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니


아무리 보고보고 또 다시 봐도 '나욤의 아는 동생들'이라는 부제를 벗어날 수가 없다.







아직 시작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한 그녀들.


그런 그녀들에게 비극이 찾아온다.


셰익스피어의 5대 비극으로 '리어왕', '맥베스', '오셀로', '햄릿'을 이어 '아는동생'이 등재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는동생의 살아있는 기둥과도 같았던 보컬 담당 '나욤'이 탈퇴를 해버린 것이다.


그나마 노래를 부르는 멤버가 떠났으니, 이 걸그룹의 존속 여부가 상당히 위태롭다.


아직까지는 어찌어찌 3인 체재로 돌아가는 듯 하지만


새로운 메인보컬을 등용하지 않는다면 글쎄,







어느 신인 걸그룹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걸그룹으로 활동하면서 꿈을 말 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멤버의 답변은 그러했다.


"우리가 불렀던 노래로만 무대에 서는 것"


아는동생을 보니 이 인터뷰가 문득 떠올랐다.


정작 본인들의 노래는 안무 연습 영상조차 업로드 하지 않으면서 커버 영상은 올리는 그 모습에,


행사를 가서 본인들의 노래를 한 곡 한 후 다른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는 그 모습에,


적절히 씁쓸함과 측은함이 나를 찾아왔다.




더군다나 그룹명이 그룹명인지라


검색창에 아는동생을 검색하면 얼굴도 모르는 그 어느 누군가의 실제 아는동생을 구경할 수 있는 일도 벌어진다.


아직 갈 길이 심각하게 멀다.


뒤를 돌아보면 출발점이 바로 눈 앞에 보일 정도다.







소속사에 기재된 아는동생의 스탯(?)에 의하면


열정(Passion) 게이지가 만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는 역시 모든 일을 이룰 수가 없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데뷔한 지 1년 남짓한 시간만에 이미 삐걱거리는 그녀들은


2015년 12월 중순 이후로는 소속사 사이트에 등록된 스케줄이 단 한건도 없다.


공식 유튜브도 어느 순간부터 영상 업로드를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지금 당장에 활동 중지를 했다 해도 이상하지가 않다.




하지만 2017년 1월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


"3번째 싱글 작업 및 새로운 활동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는 설명을 겻들임으로써 아직 죽지 않았음을 계엄령으로 선포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녀들을 기다리는 것 뿐이다.


지조와 절개를 지키면서,







여담으로,


아는동생은 "동생"이라 부르기엔 나이대가 조금 있다.


나욤은 1990년 5월 29일 생으로 (2017년 기준) 28세,

성여울은 1992년 7월 1일 생으로 26세,

리디아는 1994년 10월 5일 생으로 24세,

라이는 1996년 10월 26일 생으로 22세.


맏언니가 28세. . . 이미 동생의 수준을 심하게 벗어난 듯 하다.


그러고보니 다들 2년 터울로 차이가 난다. 노린걸까

Posted by 이라지레

2014년, 가요계에는 주체할 수 없는 아마겟돈이 찾아왔다.


그 행성의 이름은 '스텔라'였다.


너무 유명한 나머지 굳이 더 설명할 필요성이 없는 '마리오네트'를 두고 언급하는 말이다.


엄청난 갑론을박을 몰고 왔던 4명의 소녀.


팀명에 맞는 분위기의 노래를 하려는지 '로켓걸', 'U.F.O'를 부르던 그녀들이


우주에서 땅으로 짠!쿵!쾅!하고 떨어져버렸다.







그녀들의 의상과 무대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우리들은 그저 그지깽깽이가 될 뿐이었다.


심지어는 아직까지도 적지 않게 논란의 대상이 되어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을 정도.


하지만 동시에 스텔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은 아주 좋은 예시이기도 하다.




보통 과도한 섹시 논란 이후에는 선입견과 비판에 파묻혀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함이 일반적이지만


스텔라는 이 논란으로 얻은 인지도를 이용하여 계속 활동을 이어나갔다.


물론 마리오네트 직후에 발매한 곡이었던 '마스크'와 '멍청이'는 깔끔하게 국밥 재료로 사용했고,


이윽고 역시 정답은 결국 섹시라는 것을 느꼈는지


안무로 섹시함을 과시한 '떨려요', 화보로 섹시함을 과시한 '찔려'를 발매한다.


마리오네트의 영향력이 너무 강했던 탓에 "역시 스텔라"라거나 


"뭐, 조금 야하기는 해도 마리오네트 정도는 아니네" 라는 반응을 얻어내며 


의도치 않은 면죄부를 선사 받았다.


아직도 '스텔라'하면 '마리오네트 걔'라는 타이틀은 라텍스 옷처럼 벗어내기 힘들지만


해체 위기의 무명 걸그룹이 과도한 섹시로 급격한 인지도를 얻게 되자


그녀들을 추종하는 세력이 서서히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 세력은 갖가지 자치공화국을 세웠지만 그 중 대표적인 걸그룹을 이야기하려 한다.


바로 '예슬', '제이나', '차니', '자영'으로 이루어진 4인조 걸그룹


'포엘(4L)'이다.


4명의 Ladies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포엘.


우선 이 걸그룹을 알기 전에는 짤막한 역사를 한 번 짚어 볼 필요성이 있다.







포엘(4L)의 멤버였던


'제이나', '차니', '자영'은 이미 '모아(M.O.A)'라는 걸그룹으로 한 차례 데뷔한 적이 있다.


2014년 2월 20일에 '전화할게(I'll Call Ya)'라는 곡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곡은 노래 못 부르기로는 최상급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노래이며,


걸스힙합 컨셉도 아니면서 랩 담당으로 4명을 배치하는 5한조 급의 최강 트롤 조합과,


메인보컬이 한 옥타브 이상 올라가지 않는 듯한 환청 현상,


경박한 멜로디 속 억지로 걸크러쉬를 뿜어내려는 부조화 상태,


중간중간 쓸데없이 많은 댄스타임 등이


총체적 난국 속에서 피어난 설상가상의 형태가 엎친 데 겹쳐버렸다.




결국 다행스럽게도 모아는 해체를 하고


차니, 제이나, 자영은 당시에 연습생이었던 '예슬'을 영입하여 '포엘'로 데뷔를 한다.


그녀들의 데뷔 티저 당시 멘트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역대급 최강노출"







그녀들의 뮤직비디오는 구조부터가 경악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가릴 곳만 가릴 의상과


지속성이 에너자이저 급으로 뛰어난 드라군 댄스,


안무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노래에는 미처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는지 상당히 질 낮은 노래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루트만 골라서 공략을 하고 있다.


인지도를 얻기 위한 마케팅의 한 수단이라기엔 너무 급한 느낌이 심했다.


몸을 꿈틀 움직이기도 전에 급한 속도로 생매장을 당해버린 것이다.







그녀들의 뮤직비디오가 대체 어느 정도이길레 그러는가.


나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알지만 그 뮤비가 너무 망측하여 굳이 옮기지는 않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였던가, 직접 보게 된다면 1분도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뱉었던 모든 문장들의 참된 진리를.


그녀들이 정말 They Are Global Entertainer다.


Please Don't Try This At Home 문구를 붙여주고 싶을 정도니까.




아무튼 포엘은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여 우리들에게 몇 가지 교훈을 알려주고 있다.


과도한 섹시 컨셉을 채택하면 땅에 묻히다 못해 나락으로도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


뜨기 위해 섹시 컨셉을 선택해야 하는 걸그룹계의 안타까운 현실 등을 말이다.


결국 포엘은 심각했던 수준의 섹시 컨셉으로 빛을 보지 못 하는 독방에 갇혀


SCP-087처럼 하염없이 땅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칠 뿐이었다.


이미지 쇄신과 함께 팀을 어떻게든 살려보려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롱스톤에게 피츄의 10만 볼트를 날리듯이 큰 효과는 없었고, 결국 포엘은 해체를 한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이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선 '예슬'


그녀는 일찍부터 포엘을 나와 솔로로 데뷔를 했다.


그녀의 솔로 활동 시작을 알리는 깃발은 2015년 6월 2일 '사랑하나봐'로 부터 시작된다.


상당히 달달하고 스무스하면서도 활기찬 그의 노래.


꾸준한 활동 보이기를 바래본다.







다음으로는 '차니'


그녀는 5인조 걸그룹 '유레카(Ureka)'에 들어가


2016년 11월 14일 'Get Down Ver.2'로 데뷔를 했다.


안타깝게도 안무영상을 찾을 수는 없지만


노래만 놓고 말해보자면 행사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용도로는 상당히 괜찮은 곡이다.


이 그룹도 활동의 흔적이 딱히 보이지 않아 또한 묻혔나 싶었지만


각종 안무 커버 영상 등을 보여주며 간간히 생존신고를 하고 있다.


직캠이 발달한 요즈음에도 직캠이 별로 올라오지 않는 것을 보면 활동 자체가 적은 듯.


무엇보다 본인의 명의로 된 노래가 1곡밖에 없다보니


행사를 가면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커버해서 부르는 모습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댄스팀으로 구조가 잡힌 듯 하다.







마지막으로 '제이나'와 '자영'


그녀들은 '제이영(J-Young)'이라는 트로트 듀오를 결성한다.


2016년 7월 13일 '몰라요'로 데뷔를 했는데,


2인조 여성 트로트 듀오로 데뷔를 할 줄은 몰랐다.


의외였다.


물론 썩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다.


이미 여성 트로트 듀오의 길은 나름 닦여진 상태이지 않던가.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이 팀에 흡족했던 부분은


'포엘' 활동 당시에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던


그녀들의 웃음을 '제이영 - 몰라요' 안무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본주의 섹시에서 벗어난 그녀들의 표정은 이보다 밝을 수는 없다.




예슬, 유레카 차니, 제이영


모두들 과거는 잊어버리고 꽃길만 걷자.

Posted by 이라지레

내 주변에는 학창시절부터 연예인각을 보이는 인물이 없었다.


친구란 원래 비슷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만나는 것이라 했던가.


이런 부분에서 생각해본다면 내 직속 친구로는 연예인이 없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의 친구를 끼얹으면 어떻게 될까.


전 세계 어딘가의 익명의 아무개에세 편지를 전해주려면 딱 5명만 거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활동 중인 연예인을 알려면 1명만 지나가면 된다.







대학교 1학년 시절, 한 남자 동기(A라고 칭함)와 함께 공강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학생식당에 같이 붙어있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산 후 최면에 걸릴 듯 휴대폰만 응시하고 있었다.


당시 학생식당 바로 옆에는 점심시간이라고 노래가 틀어져있었다.


그 곡이 바로 'JJ Project - Bounce'였다.


동기 A는 연기자를 지망하고 있었는데, 


안구건조증에 걸리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휴대폰만 보던 정적을 깨는 말을 꺼냈다.


"지금 나오는 이 노래, 멤버 한 명이 내 친구야. 연예인이 되면 같이 만나기로 했는데 이제 나만 연기자가 되면 되겠네"


평소 종교적 이유로(기독교임) 올바른 행실만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친구였기에


물론 못 믿는 것은 아니었고, 호기심에 검색을 해봤다.




그 멤버는 '갓세븐(GOT7)'에도 소속되어 있는


'진영'이었다. 전에 쓰던 예명은 '주니어(Jr)'


출생지, 생년월일, A와 중학교 동창이었다는 말 등 각종 데이터베이스가 100% 일치했고,


신기했다.


그저 신기했다.


친구의 친구가 실제로 연예인이었다니.


문득 생각해보니 친구의 친구가 연예인인 경우는 한 팀 더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짝꿍을 지냈던 여자아이가(B라 칭함) 있었다.


그림을 잘 그렸고, 공부도 잘 했고, 평소 행실도 좋았다.


중학교 때는 전교회장을 맡을 정도로.


하지만 그녀와 나는 여느 짝꿍들과 다를 바 없이 서로서로를 지나가던 바람 정도로 취급했고


뭐 아무런 상관이 없었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순간 자신의 SNS에 주구장창 한 걸그룹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총선 기간의 SNS처럼 매우 뜨겁고 열정적으로 한 걸그룹만 집중적으로 글을 올렸다.


저 친구가 왜 저러지?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사유를 알아보니, B의 친구가 길거리 캐스팅으로 걸그룹 데뷔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팀은 '써스포(Sus4)'였고, B의 친구는 '산하'였다.


사이비 전도처럼 매우 끈질긴 B의 홍보활동에


나는 2015년 3월 18일 발매된 써스포의 데뷔곡 '흔들어'를 들었다.


B에게는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경솔한 멜로디와 코감기 걸린 듯한 후크에 과감히 노래를 껐다.


후크송을 노렸다기에는 매우 부족했던 중독성은 어정쩡하게 곡에 함량이 되어있어


이 곡을 듣고 중독된다면 매우 기분 나쁘게 헛배부름이 될 것 같았다.




물론 이 감정을 B에게 말 하지 못 한 비밀이다.


내가 초등학교 때 너무 까불어서 B에게 몇 대 맞아본 기억으로는, 그 친구의 손은 하바네로를 품은 불닭볶음면이었다.


맞자마자 "응?"하는 느낌이 드는, 여자로써 지니고 있어도 되나 싶은 정도의 매운 손맛이었다.


심지어 2006년에는 불닭볶음면이 없었던 것을 감안해보면, 그녀의 손맛은 시대를 앞서간 듯 하다.







그래도 B의 홍보활동 효과는 <System : 매우 뛰어났다!>


데뷔곡이 군대처럼 다시는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써스포라는 3개의 글자가 비와이처럼 가사 속에 이름을 새기라고 하지 않아도 내 머릿속에 새겨지고 있었다.


추노처럼 각인되어버린 이 단어는 이마에 새겨지는 것을 넘어서


마혼제령술처럼 나의 뇌속으로 파바박 꽂히고 있었다.




내가 군복무를 하고 있던 시기에 써스포가 컴백을 했었는데,


2016년 1월 27일에 발매한 'Pick Me Up'


뮤직비디오 다시보기에 올라온 그 노래를 나도 모르게 틀어버렸다.


하지만 실망감은 여전했다.


1절 도입부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나는 청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노랫말이 심각하게 들리지 않았다.


Wack MC들처럼 가사의 발음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소리가 너무 작았다.


매드클라운이 때려박는 랩이라면, 써스포는 속삭이는 노랫말이었다.


노래에 집중을 해서 들어보라는 일종의 부비트랩이었을까?


하지만 나의 여친마냥 찾을 수 없는 킬링파트와, 중독성조차 없음은


헬륨 풍선처럼 붕붕 뜨고 있는 기본 멜로디를 잡아주지 못 하고 있다.


그저 아쉬움만을 남긴 곡이다.







그랬던 그녀들이 각설이처럼 죽지도 않고 또 왔다.


지금 이 순간, 걸스데이는 의문의 1패를 당한다.


아무튼 써스포는 팀 이름을 바꾸고서 새로이 우리들 앞에 나타난다.


'밍스(MINX)'가 '드림캐쳐(Dreamcatcher)'로 개명하고

'라니아(Rania)'가 'BP라니아(BP Rania)'로 개명하는 등


팀명을 바꾸는 대세에 편승한 듯 보인다.


그녀들이 아이디 변경권을 사용한 결과물은 '에이치투엘(H2L)'


아무래도 멤버인 'sanHa(산하)', 'hwuLin(휘린)', 'yuLi(유리)'여서 H2L이 아닐까.


아무튼 그녀들은 새로 바뀐 소속사와 함께 달콤한 겨울 노래로 컴백을 했다.


2017년 1월 16일 발매한 'Winter Story'다.


1월에 겨울 노래면 살짝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댄스곡이 아니라 노래에 더욱 집중을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노래도 나름 괜찮고 말이다.




소속사를 옮긴 후에야 에이치투엘을 밀어주려는 행보가 보인다.


공식 SNS의 활발한 업데이트 등이 이를 증명한다.


2017년 2월 6일에는 '네이버 V앱'에서 그녀들의 라이브 방송도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껏 가져본 적 없는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져서인지


소통 능력과 진행력, 심지어는 예능감도 상당히 부족했다.


하지만 꾸준한 교류를 통하여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니 서서히 좋아지게 만들면 된다.


솔직히 처음부터 소통을 잘 하는 연예인이 얼마나 있겠는가.


소통을 잘 하다가 어느순간 사라진 연예인은 참으로 많은데 말이다.


에이치투엘은 그런 분류에 속하지 말았으면 한다.


기껏 친구의 친구가 연예인인데 이 모습 오래 봐야하지 않겠는가.

Posted by 이라지레
카테고리 없음2017. 3. 2. 22:48

나는 중학생 때 부터 일정한 주제 없이 네이버 블로그를 해왔다.


그냥 그 때 그 때 나의 구미가 당기는 주제만으로 글을 써왔고,


그래서인지 일정한 고정 방문자도 없었고, 나조차도 금방 질리기 일쑤였다.


마땅한 방향성이 없으니 이리저리 방황하기 바빴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왠지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고 싶었다.


소설, 시, 리뷰라거나 평론 같이 문학적이거나 딱딱한 글이 아니라


인형처럼 폭신폭신한 형식의 블로그 글은 나의 발길을 휘어잡았다.


그리고 나의 최대 관심사인 걸그룹을 기점으로 하여 네이버 블로그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는 그 고유가치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 때 문득, 죽기 직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마등이 한 가지 지나갔다.


티스토리 블로그.


마침 요즘 네이버 블로그의 영향력이 서서히 떨어져가던 상황에


티스토리는 팔랑귀였던 나에게 한 번의 날개짓을 해주었다.





사실 티스토리 블로그가 처음은 아니다.


초대장을 받아야만 블로그를 개설 할 수 있는데, 난 이미 개설이 되어있었다.


대학교 때 들었던 강의의 영향이다.


대학교 2학년 시절, '뉴스기초실습'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전공수업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수강 신청 당시에까지 교수님의 이름이 기재되지 않았었다.


일부 이상한 낌새를 느낀 학생들은 다른 수업으로 건너갔고,


정말 아무 생각없었던 나는 그냥 이 수업을 계속 듣기로 했다.


마침내 첫 강의가 시작되었고, 교수님으로 오셨던 분은 경남도민일보에서 현재 출판미디어국장을 맡고 계신 '김주완' 교수님이였다.


조금은 연세가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SNS을 많이 사용하셨는데,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1주차 과제가 '티스토리 블로그' 만들기였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초대장을 나누어주셨고,


앞으로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해갈 지에 대한 포스팅은 1+1 사은품 행사격이었다.


나는 그 때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었다.


내가 가장 마지막에 포스팅했던 글은 2014년 6월.


김주완 교수님의 강의가 끝남과 동시에 나는 티스토리의 필요성을 지하철에 놔둔 우산처럼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그 글의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네이버 블로그가 관리하기가 더 쉽고, SNS에서 중요시 되는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이제 티스토리에서 네이버 블로그로 갈아탈 때가 온 것 같다"


김주완 교수님께서 행여나 그 글을 보셨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가 본다면 참으로 철없고 미래를 내다보지 못 한 문장이었다.


그 때는 왜 몰랐을까?


티스토리에 비해 관리하기가 쉽고, '이웃'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소통이 비교적 쉽다는것.


이것이 네이버 블로그가 지닌 장점의 전부였다.


저것만을 바라보며 네이버 블로그를 붙잡고 있는 것은


작은 것을 위해 큰 것을 버리고 있던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부터,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나의 자리를 틀 것이다.

Posted by 이라지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