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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09 [중고신인 걸그룹] (5) 풍뎅이

걸그룹 시장이 상당히 커지면서 걸그룹의 수는 공급이 수요를 추월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모습으로는 살아남기는 커녕 기억조차 될 수 없으며


그래서 요즘 걸그룹계는 정말 각종 컨셉과 기획이 자리잡고 있다.


골프 걸그룹, 모델돌, 미스코리아 출신 멤버들로만 구성된 걸그룹 등


조금만 깊이 들어가보면 그 숫자는 단순 암산으로는 셀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걸그룹의 금기를 깨뜨린 걸그룹이 있다.


"걸그룹은 망가지면 안 된다"라거나 "걸그룹은 예쁜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불문율을


당당하게 걷어찬 걸그룹이 있다.


B급 코드를 고집하며, 상당히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들.


그녀들이 누구냐고? 크레용팝? 오렌지캬라멜?


아니다.


바로 '풍뎅이'다.


뜬금없이 곤충 이름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빨강', '파랑', '노랑'이라는 멤버로 이루어진 2013년 데뷔의 걸그룹이다.







특이함에 호불호가 갈릴 때는, 고급진 귀밑에 로블로를 준비


풍뎅이는 2013년 12월 12일 '알탕'으로 데뷔를 한다.


사투리랩을 사용함으로써 데뷔 당시부터 엉뚱발랄한 걸그룹이라며 인터넷에서 화재를 불러일으켰다.




2013년 12월 31일에는 '잘탕(잘 시간이 어딨어)'를 발매한다.


연말에 절대로 잠 들지 말고 열심히 놀라는 의미였던 것인지


EDM을 채택하여 노래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미 데뷔의 이미지가 커서인지 큰 호응을 얻지는 못 했다.




2014년 2월 5일에는 '솜사탕'을 발매한다.


알탕, 잘탕, 솜사탕. 탕탕탕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일반적인 걸그룹이 충분히 시도할 만한 상큼하고 발랄한 컨셉의 사랑노래다.


하지만 너무 일반적인 컨셉이기도 했거니와,


풍뎅이의 데뷔 컨셉과는 상당한 이질감이 있었던지라 방송에조차 얼굴을 몇 번 비추지 못 했다.


그래도 안무가 상당히 쉬운 편인지라 일반인들의 안무 커버 영상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014년 11월 3일에는 '배추보쌈'을 발매한다.


기존 랩 담당은 '빨강'과 '파랑'이었는데, 보컬 '노랑'에게도 랩을 시킨 것이 눈에 띄는 곡이다.


배추보쌈을 싸먹으라는 단도직입적인 가사와


마치 3류 코믹영화 포스터 같은 앨범 자켓은 무릎을 탁! 치며


역시 풍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2015년 5월 13일에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역전'을 발매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대중들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2015년 10월 2일 다시 정신차린 풍뎅이는 '삐삐빠빠'를 발매한다.


KBS '뮤비뱅크2'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이 삐삐빠빠는 풍뎅이의 색채를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특이함, 스페셜, 유니크라는 단어가 잘 들어맞는 노래이며


엠카운트다운 방송에 나오고 난 후 꽤나 괜찮은 반응을 얻어냈다.




정상적인 노래는 깔끔하게 무시당하고


B급코드의 곡은 꽤나 괜찮은 반응을 얻는,


이상한 딜레마에 빠져버린 풍뎅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에게 한 가지 시련이 찾아온다.







제2의 크레용팝을 꿈 꿨지만, 크레용팝의 부진


풍뎅이는 데뷔 당시부터 제2의 크레용팝을 꿈꿨다.


그래서 B급 코드를 내세우며 활동을 해왔었고 반응도 괜찮았다.


"제2의 크레용팝 탄생?" 이라는 게시물을 우후죽순 만들어냈다.


하지만 막상 그녀들이 따르는 크레용팝이라는 세력이 엄청난 부진에 휩쌓인다.


'빠빠빠' 이후 '꾸리스마스', '어이', 'FM' 등 예전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는데다가


크레용팝의 중심축이었던 멤버 '소율'이 활동을 중단하게 되자


크레용팝은 팬의 유입이 줄어들고, 유출은 늘어나게 되었다.


크레용팝이 이런 형국에 빠지게 되자 걸그룹계의 B급코드를 이끌고 나갈 재목이 없어졌다.


풍뎅이가 그 난파선을 끌고 가기에는 힘이 없었으며,


B급코드라는 난파선은 그대로 수면 아래를 향해 가라앉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풍뎅이라는 세력의 영토가 줄어들게 되었다.


 속된 말로 "라인을 잘못 탔다"







칫, 높은 진입 장벽이라는 결계인가


풍뎅이는 기본적으로 진입 장벽이 꽤나 높다.


여기서 말 하는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은, 일반 대중들이 쉽게 다가가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B급코드의 선두주자로써 '오렌지캬라멜'과 '크레용팝'은 그래도 대중적인 B급을 선보였지만


풍뎅이는 다소 마이너한 분야를 저격한 B급의 느낌이 있다.


일반 대중들도 "어? 이 노래 참 특이한걸ㅋㅋㅋ?"하면서 듣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와. . . 이 노래 뭐야. . . 무서워"라는 느낌을 먼저 생각나게 하고있다.


대중성과 상업성을 버리고,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한 노래를 하는 듯 하다.


물론 나름대로의 대중성 저격을 했겠지만서도, 그 정도가 부족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아마 과도한 사투리랩이 아니었을까.


풍뎅이는 사투리 랩을 주특기 삼고있다.


실제로 멤버 '빨강'은 대구광역시 출신이여서 경상도 사투리랩으로,


멤버 '파랑'은 광주광역시 출신이여서 전라도 사투리랩으로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사투리 랩이라는 것 자체로 밀고 나가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르는 행위다.


'B.A.P - No Mercy' 처럼 한 두번의 적당한 사투리 랩이라면 충분히 재미를 유발할 수 있지만

(실제로 풍뎅이로 데뷔앨범 '알탕' 때는 사투리 랩으로 주목을 받았었고)


그 정도가 너무 과하면 사람들은 금새 흥미를 잃게된다.


뛰어난 플로우를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리스너들의 귀를 사로잡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다보니 쉽게 질려버리게 된 것이다.


이를 자각한 것인지 '삐삐빠빠' 앨범 때는 사투리 랩의 함량이 없어졌는데,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특이한 컨셉에 한 번 살고, 외모에 두 번 살다


그녀들은 컨셉 덕분에 괜찮은 결과를 얻어냈다.


나름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그녀들은 이미 지니고 있는 컨셉 덕분에 저질스러운(?) 행동이


어느정도 허용이 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남양유업의 '프로바이오틱 1000억 시너지' 광고다.


유튜브에 과학시간, 음악시간, 체육시간으로 나누어 그 광고 영상이 올려져있는데,


풍뎅이가 이 정도 클라스군!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이 정도 클라스'가 긍정적인 의미인지 부정적인 의미인지는 개인 판단에 맡겨져있다)




풍뎅이는 그래도 괜찮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덕인지


'씨드앤트리(Seed&Tree)'의 광고모델로 발탁이 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멤버 '빨강'은 한 때 '마이쮸녀'로 준수한 외모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고


멤버 '파랑'은 인터넷 얼짱 출신이다.


그런 그녀들이 급이 낮은 모습을 보여주니, 사람들은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엥? 이거 완전 인지도 부족 아니냐


그녀들은 인지도가 매우 부족하다.


물론 특이한 컨셉 덕분에 인터넷에서는 몇 번 거론이 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한다.


'배추보쌈'이라는 특이한 노래를 낸 걸그룹이 있다느니,


'풍뎅이'라는 이름을 건 한국 걸그룹이 있다느니,


멤버 이름이 '빨강', '파랑', '노랑'으로 특이하다느니,


어렵지 않게 커뮤니티 공간에서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풍뎅이가 누구인지, 노래는 무엇이 있는지, 멤버는 누구인지는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 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인다.


더군다나 인터넷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B급코드를 유지하려면 조금 더 대중적인 모습으로 다가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Posted by 이라지레